소믈리에는 와인을 취급하는 직업이다. 중세 프랑스 때부터 생겨난 직업인데, 사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기미상궁이나 다를 바 없는 직업이었다. 와인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적절한 음료를 권하는 직업은 중세 이전부터 있었지만 소믈리에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역사에 있다. 원래 소믈리에는 프로방스어 'Bete de Somme'에서 유래 된 것으로 영어로 'Beast of Burden(짐을 나르는 동물)'을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동물을 시키는 자'라는 'Sommelier'이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목동이라는 뜻이 되었다고 한다. 짐을 나르는 동물을 부리는 자가 소믈리에인데 그 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와인이었다. 그러다가 중세기경 프랑스는 봉건제도가 약해지면서 영주의 암살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가장 쉬운 방법은 독살이었다. 게다가 프랑스인의 식사에 빠질 수 없는 와인은, 말하자면, 독살의 '추천키워드'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음료를 권하기 몇 분 전에 소믈리에가 독의 유무를 확인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산패의 위험을 확인하였다. 방금 가져온 와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믈리에의 시작은 그렇게 어두운 배경이었지만, 18세기 말에서 19세기경에는 시민혁명을 겪으며 말그대로 '아름다운 나날들'을 맞이하였다. 음식점과 술집, 호텔 등지에서 요리사와는 별개로 와인만을 위한 전문인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너무 급격한 왕정붕괴 때문에 왕실에서 일하던 고급요리사와 와인공급자들은 눈길을 개인업체를 향해 돌리기 시작했다. 이때의 소믈리에는 와인의 맛에서 느껴지는 여러 와인의 조건에 대한 표현력이 점차 높아져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현대의 소믈리에는 통일된 의상을 착용하고 따스트뱅을 목에 휴대하며, 코르크따개로 와인을 개봉 후, 디켄터의 활용으로 와인을 내어놓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물론 현대의 소믈리에들도 각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거나, 산패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업무는 그대로 이어받았다. 하지만 뛰어난 소믈리에라고 한다면 - 각 와인의 관리법에 따라 적절하게 관리하고, 나라별 와인의 맛과 종류를 숙지하며, 다른 음료와의 궁합까지 추천하는 것이 업무의 범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